순천에서 벌교로 향하는 길. 언덕바지에 유독 눈에 띄는 집 한 채가 있다. 누가 지었는지 전망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모텔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대도시의 교외에서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달라진다. 손수 꺾어 장식한 갈대와 순천의 이곳저곳을 안내하는 지도가 벽에 가득하다. 여행자를 위한 배려가 넘치는 공간이다. “주위 환경이 좋다 보니 오해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저희 집에는 멀리서부터 여행을 오신 손님들이 대부분입니다. 덕분에 주말이면 방이 꽉 차지요.” 넉넉한 인상의 바깥주인과 단정한 모습의 안주인은 내내 웃는 얼굴이다. 하지만 처음엔 싸우기도 많이 했단다.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들과 말이다. “한 번 쓴 것은 무조건 교체하라고 했는데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없지 않았거든요.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직접 확인하고서야 오케이를 했으니 그분들 입장에서는 불편했겠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조진형 사장의 소맷자락에 남은 희끗한 자국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주 작은 부분까지 직접 손보다 보니 페인트 자국이 마를 새가 없단다. 객실이 단정하고 쾌적한 것은 불문가지. 여름이면 푸른빛으로,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계단식 논이 모든 객실의 창밖으로 펼쳐져 있다.